【의학 정보】 돌발적인 어지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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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정보】 돌발적인 어지럼증
  • 오팔뉴스
  • 승인 2020.05.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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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적인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뇌가 아닌 귀에 ... 이석증

 

신경과 클리닉에서 보는 흔한 경우의 하나가 어지럼증이다. 원인이 다양하고 심한 정도도 차이가 많아 진료하는 의사도 같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통증도 사람을 힘들게 하는 문제이지만 어지럼증도 만만치 않다. 그 중에서 돌발적인 어지럼증은 여간 힘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땅이 꺼지는 것 같다”, “고개를 움직이거나 눈을 뜰 수가 없다”, “자꾸 몸이 넘어가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꼼짝 말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한다” 등의 호소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필자는 다행히 아직 그런 심한 어지럼증을 겪은 적이 없어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다 알 수 없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에 빨리 정상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러한 돌발적인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사실 뇌가 아닌 귀에 있다. 흔히들 중풍같은 뇌의 이상으로 어지럼증이 오는 것으로 알고 미리 겁을 내는데, 실제로는 귓속의 전정기관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전정기관은 인체의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일명 ‘세반고리관’으로 불리운다. 이 기관은 귀의 가장 안쪽(내이)에 있으며 세 개의 반고리를 통해 머리 위치나 움직임을 감지하고 뇌에 신호를 전달해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부분에 이상이 생기면 뇌는 잘못된 정보를 받아 빙글빙글 도는 듯한 회전성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한자어로 ‘현훈’이라고도 한다. 문제는 속귀에 있고 증상은 뇌가 잘못 느껴서(몸이 움직이는 것으로 착각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칠 것 같은 어지럼증이 실상은 가짜이고 일종의 뇌의 장난이라니 알쏭달쏭한 노릇이다. 머리를 어떤 특정 방향으로 돌리면 어지럼증이 더욱 심하게 유발되고 구역질이나 구토 증상이 동반된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어느 정도 가라 앉는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겨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꼼짝 못하고 자리에 눕게 되면 온갖 생각이 다 들게 된다. ‘과연 낫기는 하는 걸까’, ‘이대로 못 움직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어지럼증의 원인은 대부분 ‘이석증’이다.

내이에 있는 조직 파편인 결석(이석)이 떨어져 나와 세반고리관의 림프액을 따라 움직이며 고리관을 자극하면서 어지럼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특정한 머리 위치나 자세가 있는데 세 개의 반고리관 중 어느 반고리관에 이석이 돌아다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이석증 치료는 세반고리관 내의 이 이석을 어떻게 원래의 제 위치로 집어넣는가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석 치환술’이라는 물리치료가 흔히 동원된다. 누운 상태에서 머리 위치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반고리관을 따라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치료법이다. 눈도 못 뜰 정도의 갑작스런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실려와 이석증 진단을 받고 바로 이러한 물리치료를 받은 후 어지럼증이 가시고 걸어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의사의 어깨가 저절로 우쭐 올라가는 순간이다.

이석증은 재발할 수 있으므로 물리 치료 후 대개 재활 운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침대에 앉아 고개를 한쪽으로 45도 돌린 채 빠른 속도로 반대쪽으로 쓰러지듯 누워 30초 정도(빙글거리는 어지럼증이 사라질 때까지) 유지한다. 이어서 빠르게 몸을 일으켜 세워 똑바로 앉는다. 다시 반대편으로도 같은 동작을 시행한다. 이런 운동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수 회씩 시행하라고 돼 있어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비디오를 틀어주며 교육을 시키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혼동하기 쉬운 질환으로는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뇌졸중이 있다. 메니에르병은 내이의 달팽이관 안에 있는 림프액의 생성과 흡수 과정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이럴 경우 달팽이관의 압력이 올라가 어지럼증이 유발된다. 머리의 움직임과 관계 없이 저절로 어지럼증이 발작적으로 나타나 이석증과 구별된다. 반복적으로 발생해 한쪽 귀가 잘 안 들리는 난청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어 이석증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앞서의 물리치료는 별 효과가 없고 저염식의 식습관 관리와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전정신경염은 내이의 전정신경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생기는 경우이다. 특별한 유발 자세 없이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나타나며 구역질과 구토를 동반한다. 보통 하루 이틀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므로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다.

마지막으로, 뇌졸중 특히 뇌경색이 비슷한 어지럼증을 나타낼 수 있다. 빙빙 도는 심한 어지럼증 보다는 어질어질한 비회전성 어지러움이 많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고 걸음이 한쪽으로 비틀거리는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에서 전에 없던 갑작스런 어지럼증이 왔다고 하면 일단 뇌경색을 의심해보고 즉시 병원을 찾아 MRI 같은 뇌촬영을 해보는 것이 좋다.

돌발적인 어지럼증의 대부분은 귀의 문제로 생기는 것이나 뇌경색처럼 뇌에 직접 문제가 생겨 오는 경우도 있고 이럴 경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이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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